희망과 열정을 얼개로 그려내는 무채색의 담백미... ­건설 현장의 다양한 모습들을 실감 나게 그리고 인간사 투영시켜 ­막노동꾼이라는 불리는 건설 근로자의 땀과 거친 숨결 “절차탁마하는 삶에 비견하기도“ 【작가의 변..나는 노동자】 「나는 할석팀 미장공으로 일하고 있는 일용직건설노동자다.」 처음에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만류했다. 일이 거칠고 힘들 고 위험하다는 이유보다는 그 일을 시작하면 그냥 노동자, ‘막노동꾼’이 되고 만다 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스스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했다. 생활 규칙으로 매월 책 10권 읽기, 매일 그림 1장 그리기, 매일 1만보 걷기 등이다. 처음엔 몸이 피곤해 쉽지 않았지만 목표를 달성하려 몸부림쳤다. 본격적으로 일을 할 때에는 아침에 손가락이 펴지질 않았다. 새벽마다 온 몸이 아 파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던 날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사흘에 책 한 권을 읽으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이런 역경을 이겨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부축하고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림은 내게 시 한편을 짓는 것이며,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여행자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자에겐 모든 것이 신기 하고 호기심을 유발한다. 지금 나의 타이틀은 일용직건설노동자이지만 이 타이틀에 만족한다. 일 해보니 여기도 신세계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다. 육체노동이지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책을 읽고 있고, 더 많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는 이제까지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말이 정신이나 학문 수양의 언어인 줄 알았다. 할석일을 하다 보니 이 용어가 할석공정에서 나온 말이란 것을 알게 되었 다. 자르고 쓸고 쪼고 가는 일과 여기에 바르는 일까지 더한 것이 바로 할석작업 이다. 주로 일하는 노동자의 뒷모습을 그렸다. 솔직히 얼굴을 그리기엔 실력이 부족하다 는 점은 알고 있다. 그러나 뒷모습은 그 사람의, 인생이 묻어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여지를 두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