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문을 열어 주는 열 편의 단편 동화 《천 원짜리 가족》은 황금펜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명은숙 작가의 단편 열 작품을 엮은 동화집입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인 문제와 사건, 고민을 재조명하고, 모두가 함께 어떤 고민을 해나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쿵이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가족이 완성되었다. 나는 인형이 많았지만, 가족을 삼고 싶은 인형은 이 책상 위의 인형들과 쿵이뿐이다. 새 가족이 다 모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책의 첫 작품인 〈천 원짜리 가족〉은 잊히지 않을 가슴 아픈 사건인 세월호 참사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은석이는 자신이 가진 용돈으로 인형들을 뽑아 가족을 만들어 위안으로 삼으려 합니다. 그러나 가족을 떠나보냈던 그 날의 기억을 맞닥뜨리게 되고, 가슴 깊이 묻고 있었던 슬픔과 절망을 다시 떠올리지요. “늑대의 눈을 본 순간, 예전에 보았던 영화가 생각났다. 어둠 속 달에 비친 눈은 날카로운 빛으로 번뜩였다. 빳빳하고 거친 털들은 뺨과 턱을 수북이 덮었다. 입가에 난 털들 사이로 기다랗고 날카로운 이빨이 비집고 나왔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천 원짜리 가족》의 수록작인 〈늑대가 나타났다〉는 성범죄에 대한 한 아이의 공포심을 다룬 작품입니다. 성범죄자 알림 전단지 속 범죄자의 섬뜩한 얼굴과 닮은 사람을 마주치고서, 유진이는 패닉에 빠집니다. 이 작품은 성범죄에 대한 개인의 두려움에 공감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를 막연한 공포감만을 극대화한 이슈로만 다루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나는 지금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술래가 부엌으로 간다. 술래는 바로 엄마다. 나는 날마다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 오늘 같은 날은 절대로 술래에게 들키면 안 된다.” 이 책에 실린 또 다른 작품인 〈숨바꼭질〉은 아동 학대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들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인공인 ‘나’는 글 속에서 이름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가정 내 아동 학대 문제를 방관하고 피해 아동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던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일면을 비추기도 합니다. 작가가 예리한 통찰력으로 포착해 써낸 열 편의 단편 동화들은 어떤 이들에겐 무한한 공감과 위로를, 또 다른 이들에겐 자기반성과 성장의 밑거름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면서도 따뜻한 포용력을 지닌 이 단편집은, 장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담고 있는 한아름 작가의 그림과 어우러져 독자들의 가슴 한구석을 울리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